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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강좌]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琢言 2025. 1. 3.

 

[한시 강좌]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圖片來源: 百度

 

<달빛 아래 홀로 술 마시다>

 

꽃 사이에 놓인 술 한 동이

친한 벗 없어 홀로 마시네

잔 들어 밝은 달을 초청하고

그림자까지 불러 셋이 되었구나

달은 술 한 모금 못하고

그림자도 그저 내 뒤만 졸졸

잠시 이 둘을 데리고서

이 봄날 한껏 즐겨보리라

내가 노래하니 달이 오락가락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도 얼씨구

술 깨있을 때는 서로 기쁨을 나누고

술 취한 후에는 각자 흩어져 가네

영원히 변함없는 사귐을 맺어

저 먼 은하수에서 서로 만나기를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我舞影零亂(아무영영란).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永結無情游(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주석

1 一壺酒(일호주) 술 한 동이.

2 邀明月(요명월) 밝은달을초대하다.‘ 邀’는‘초청하다’,‘ 부르다’

3 成三人(성삼인) 세 사람이 되다. 달, 그림자, 이백 자신까지 모두 셋이란 말이다.

4 旣(기) ~한 데다가.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이 이미 이러이러한데 또 다른 상황까지 더하게 된다는 뜻을 갖는 문장에 쓰이는 부사이다. 여기서는 다음 구절까지 이어져서 달이 술 한 모금 마실 수 없는데다가 그림자도 나만 졸졸 따라다닐 뿐인 열악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5 不解飮(불해음) 술을마실줄모른다.‘ 解’는‘能’의뜻.

6 徒(도) 다만. 그저.

7 隨我身(수아신) 내 몸을 따라다닌다. 그림자가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닐 뿐이지,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다.

8 暫(잠) 잠시.

9 伴月(반월) 달을 짝하다. 달과 함께 하다.

10將影(장영) 그림자를데리고논다.‘ 將’은‘가져오다’,‘ 데리고오다’는뜻.

11 須及春(수급춘) 반드시 봄날에 딱 맞춰야 한다. 이 구절은 이 좋은 봄날에 맞춰 제대로 즐겁게 놀아야 한다는 말이다.

12 月徘徊(월배회) 달이 배회하다. 달이 구름 사이로 지나가는 모습이 마치 배회하는 듯하다는 말이다.

13 零亂(영란) 어수선하다. 그림자가 어지럽게 흩어지는 모습을 말한 것이다.

14 各分散(각분산) 각자 헤어진다. 밤이 깊어 달도 기울고, 술에 취해 이백도 잠이 들었고, 결국 그림자도 사라졌다는 말이다.

15 永結(영결) 영원히 맺다.

16 無情游(무정유) 무정한 사귐. 변치 않는 영원한 사귐. 감정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有情’한 사귐이 아니라는 말이다.

17 相期(상기) 서로 기약하다. 약속하다.

18 邈雲漢(막운한) 먼 은하수. ‘邈’은‘멀다’의 뜻. 마지막 두 구절은 이백이 달에게 한 말이다.

 

이 시는 이백(李白)이 현종 황제의 부름을 받아 장안으로 가 황제의 측근에서 한림봉공(翰林奉公)으로 일하던 시기, 그러니까 그의 이름과 시가 온 장안을 진동하던 시기에 지어진 작품이다. 이백이 황제에게 부름을 받은 것은 42세의 나이였으니, 25세에 청운(靑雲)의 푸른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천하를 떠돈 지 무려 17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이 세월 동안 희망도 많았고 절망도 많았다. 무한한 격정으로 하늘 끝까지 솟구치기도 했지만 끝 모를 침울로 바닥끝까지 가라앉기도 한 세월이었다.

 

하지만‘하늘이 내게 재주를 주었으니 반드시 나를 써줄 것이다(天生我材必有用)’,‘ 언젠가는큰바람이물결을깨치고불어올것이다(長風波浪會有時)’라는 굳은 신념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이 세월 동안 이백의 시가 천하를 덮었다. 그의 시는 하늘로부터 온 노래였다. 그가 장안에 가서 하지장(賀知章)이라는 문단의 영수에게 <촉도난(蜀道難)>이라는 시를 보였을 때, 하지장은 그에게‘적선(謫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이란 말이다. 이백이 쓴 시는 이 세상의 언어가 아니라는 찬사였다. 이백의 시가 가 닿는 곳마다 사람들은 천상의 소리를 듣고, 하늘의 음악에 도취되었다. 그리고 황제는 결국 이백을 장안으로 불렀다. 이백이 장안으로 가기 위해 집을 떠나면서 지은 시를 보면“앙천대소(仰天大笑)하며 문을 나서나니, 내 어찌 초야에 묻혀 살 사람이더냐!”라고 했으니 그가 장안행에 많은 기대를 걸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백의 벼슬길은 순탄하게 열리지 않았다. 그의 재주는 황제와 대신들을 충분히 놀라게 하였고, 황제는 마침내 그에게 큰 벼슬을 주고자 했지만, 문제는 황제의 총애(寵愛)를 독점하고 있던 양귀비(楊貴妃)와 환관 고력사( )였다. 특히 고력사는 당시 황제 측근의 최고의 권력자로서 모든 대신들조차 어렵게 대하던 존귀한 신분이었는데, 이백의 눈에는 그저 거세당한 일개 환관(宦官)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백의 이러한 안하무인의 태도에 비위가 상한 고력사가 양귀비에게 이백에 대한 참언(讒言)을 늘어놓았고, 양귀비는 베갯머리에서 황제한테 이백에게 불리한 말을 전했다. 결국 황제는 이백에게서 맘이 멀어져 갔고, 정식 관원에 임명하려던 일도 미루어졌다. 이렇게 이백의 정치적 야망이 위태롭게 흔들리던 시기에 지어진 시가 바로 이 시이다.

 

꽃 사이에 술이 놓여있다고 했으니 계절은 봄이다. 이 좋은 계절이 왔고, 좋은 술이 있는데, 문제는 친구가 없다. 마음 터놓고 저간의 쌓였던 답답한 울분을 쏟아낼 친한 친구 하나 없다니, 그간 이백의 주변에서 그의 시에 환호하고 그의 재주에 감탄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어떻게 술 한 잔 나누며 속 얘기를 나눌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그가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인생 헛살았다’고 코웃음을 쳤을 지도 모른다. 흥, 그렇다고 내가 기죽을 것이라면 착각이다, 세상 사람들이여! 나 이백은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인 것을 모르는가. 내가 하늘 궁전에서 살고 있을 때 노상 함께 노닐었던 친구 하나 있었지. 환한 웃음을 밝히면서 묵묵히 내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던 정말 멋진 친구, 나의 지음(知音)이 이제 찾아올 거야. 어 저기 오고 있군. 어세 오시게! 자, 얼른 오셔서 자리하시게, 내 한 잔 올리겠네.

 

밝은 달은 그렇게 이백에게 찾아왔다. 환한 얼굴 푸른 눈빛으로 오랜 친구인 이백을 찾아왔다. 그리고 오는 길에 동무 하나 더 데려왔으니 그게 바로 이백의 그림자였다. 옳거니! 둘만 놀자면 좀 심심할 수도 있거니, 셋이면 더욱 생기가 나지 않겠는가! 한국 사람들은 셋만 모이면 고스톱인가 뭔가도 한다는데. 자, 그대들 왔으니 이 봄밤 근사하게 놀아보세. 먼저 한 잔 하시게. 뭐 술은 사양한다고? 괜히 한 잔 했다가 얼굴 붉어지면 온 세상이 어두워지니 안 된다는 말이렸다. 흐흐. 알겠네. 그럼 그림자 당신은 어떤가? 뭐가 그리 수줍어서 자꾸만 내 뒤로 숨는가. 그려, 그려, 알겠네. 그저 내 곁에만 있어주게. 술은 내 혼자 다 마시겠네. 본시 나보다 300년쯤 뒤에 올 소동파라는 친구가 말하길, “내가 술을 마시는 것보다, 친구의 목으로 술이 넘어가는 소리를 듣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했으니 그대들은 그저 내가 술 마시는 꼴을 감상이나 하시면서 마냥 행복해 하시게나!

 

이백이노래한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미친 듯 흘러 바다로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대갓집 밝은 거울 속, 아침나절 푸른 실 같던 머리칼이 저물녘 흰 눈처럼 하얗게 됐다네. 인생은 득의하면 즐겨야 하는 법, 달빛이 빈 잔에 부서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호탕한 이백의 노래가 밤공기를 가르며 멀리 메아리친다. 달이 웃는다. 그의 웃음을 따라 천하가 잠시 더욱 밝아진다.

 

갑자기 이백이 일어나 검을 빼어들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림자도 그와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춘다. 춤사위가 격렬해지면서 이백이 허물어지듯 외친다. “황하를 건너자 했더니 얼음장이 가로막고, 태항산을 오르고자 했더니 눈이 산을 덮는구나. 내 앞길을 막는 무리들이여! 내 꿈을 걷어차는 세상이여!”흐느끼는 듯, 하소연 하는 듯, 원망하는 듯, 이백의 노래와 춤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백의 깊은 절망과 고독(孤獨)을 이해한다는 듯, 동정한다는 듯 달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밤 깊어 삼경이 될 때까지 이백이 달과 그림자에게 들려준 속 얘기는 끝이 없었다. 술도 다 떨어져 가고 이백도 취하였다.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나 이제 취했으니 그대 그만 가시게, 내일 또 생각이 있거들랑 더 밝은 달빛 안고 찾아오시게”서쪽으로 돌아 가는 달에게 이백이 큰소리로 외친다.“ 그대 내 진실한 벗이여, 우리 영원히 무정한 사귐을 사귀도록 하세. 세상 사람들처럼 감정에 휩쓸리는 그런 부박한 우정이 아닌, 환경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고, 천하가 바뀐다 해도 언제나 처음처럼 변함없는‘무정한 사귐’을 사귀도록 하세.”달이 고개를 돌려 환히 밝은 웃음을 보낸다. 서산 봉우리 너머로 돌아가는 달을 끝까지 전송하면서 이백이 외친다. “어이, 하늘 친구! 언젠가는 먼 은하수에서 서로 만나는 거야! 은하수 강물에 발을 담그고 신선이 마시는 유하주(流霞酒) 한 잔 하도록 하세. 그땐 얼굴 붉어질까 술 못한다고 사양하진 마시게나. 자네 대신 다른 뭇별들이 더 빛나도록 내가 수를 써놓을 테니까 말야. 흐흐. 아이고 졸립다. 안~녕”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중 광명이 너 만한 이 있겠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나를 깊게 이해하기에 이러쿵저러쿵 많은 말이 필요가 없는 진실한 벗, 세상에 이런 벗이 얼마나 있으랴. 수많은 관계와 넘치는 대화 속에서도 우리가 이토록 외로운 것은 그중에 진실한 벗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백이 만년에 이르렀을 때 그의 외로움은 더 깊고 넓었다. 비록 시명(詩名)이야 진즉에 천하를 덮었지만, 평생에 꿈꾸었던 정치적 야망(野望)은 더욱 멀어진 상태였다. 그가 만년에 노닐던 선성(宣城)의 경정산(敬亭山)에서 지은 시 <홀로 경정산에 앉아(獨坐敬亭山)>를 보면 그의 외로움을 달래준 또 다른 벗을 만나게 된다.

 

뭇 새들 다 높이 날아가 버리고

외론 구름만 홀로 한가롭게 가고 있구나

서로 바라보아 싫증나지 않을 손

오직 경정산 너 뿐이로구나!

 

衆鳥高飛盡(중조고비진),

孤雲獨去閑(고운독거한).

相看兩不厭(상간양불염),

只有敬亭山(지유경정산).

 

모두 떠나가 버렸다. 자신을 향해 환호하던 모든 팬들도, 자신을 이끌어주겠다던 대관고작들의 허튼 약속도, 장생불사(長生不死)를 꿈꾸게 했던 도사들의 금단 비술(金丹秘術)도 다 사라져버렸다. 이제 자신은 저 조각구름처럼 정처 없이 홀로 간다. 누군가 흘러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누군가 했더니, 오호라, 경정산 그대였구나! 그래, 언제 바라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유일한 대상, 내가 그렇듯 그대도 나를 싫증내하지 않은가? 경정산( 敬亭山 )이 푸른웃음으로 그렇다 끄덕인다.“ 아,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싫지 않은 손, 오직 경정산 그대뿐이로다!”평생 자연을 예찬하며 사랑했던 시인은 외로운 만년에 그가 사랑했던 자연으로부터 위로받고 사랑을 받아 행복했던 것이다.

 

지음(知音)이 있는가? 그러면 이 시를 빌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서로 바라보고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은, 오직 그대 아무개뿐이로다!”벗이 없어 외로운가. 이백처럼 하늘 벗을 불러오면 될 것이다. 하늘 벗이 누구인가. 다름 아닌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시고 사랑하시는 주님이 아니신가! 그분은 그야말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변함없이 사랑하시는, ‘무정유(無情遊)’를 실천하시는 분이 아니신가. 그분을 초청하여 그분에게 노래하고 그분과 춤을 추면 될 것이다. 그분의 밝은 빛 속에 우리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 드러나겠지만 그분이 어찌 그것을 허물하시겠는가.

 

어린애처럼 난장(亂場) 춤을 추어 우리의 허물을 있는 대로 다 드러내 그분께 보이고 나면, 그러면 가슴속 깊은 곳에 어둑한 안개처럼 서려있는 근심과 고독 위로 달빛 같은 은혜의 빛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외치는 거다. “보아도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분, 오직 그대 예수뿐이로다!(相看兩不厭, 只有主耶蘇)”중국어로는“샹 칸 량 부 엔~즈 여우 주 예 수!” | 김성곤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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