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名作小說 | [단편소설] -연인에게 바치는 詩 /잭 리치[미국]
잠시 쉬려고 무덤 앞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손전등 빛이 나를 향해 비쳤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요?"
거친 목소리였다.
"묘를 파고 있는 중입니다."
나는 일어서며 삽을 들었다.
"혼자서 힘들겠군."
같은 목소리가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땅은 아직 부드러워요. 새 묘이기 때문에.... "
어느 틈에 왔을까? 이젠 달빛에 확실하게 사람이 보였다. 두 명은 경관,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묘지 관리인이었다. 관리인이 입을 열었다.
"이 남자는 아무도 모르게 묘를 파내려고 했겠지만, 내가 개를 찾으러 왔다가 발견하고 신고한 거죠."
그는 내가 팠던 묘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1피트 정도밖에 파지 못했군요. 관까지는 아직 멀었어요."
"당신은 무엇을 파낼 생각이오?"
경관 한 명이 물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나는 묘비로 시선을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의 시(詩)를 파내려는 것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 말을 들어보세요."
내가 말했다.
"마서가 죽었을 때 나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죠. 그런 나의 실의, 사랑을 잃은 깊은 슬픔을 시로 썼습니다. 사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쓴 가장 아름다운 시로, 마서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마서가 영안실에 있을 때 그 시를 관 속에 넣은 것입니다."
"그것을 지금 파내려는 건가?"
"그렇습니다. 마서의 미덕을 나만 알고 있는 것은 너무 자기 본위니까요. 나의 불멸의 작품을 이대로 묘에서 썩게 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그녀의 미덕, 숭고함, 아름다움을 모르게 되죠.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일까요?"
경관은 동료를 잠시 보고 나를 향했다.
"그것이 어떻다는 거지? 본인이 직접 쓴 것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게 아닌가?"
"공교롭게 나는 기억력이 나쁩니다."
경관은 흰 이를 보이며 웃었다.
"왜 손 안에 있을 때 복사해 두지 않았소? 당신은 그녀의 남편이오?"
"아닙니다. 멀리서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경관은 머리를 저었다.
"지금까지 이상한 사람을 많이 봤지만 자네는 금메달감이군. 때문에 점점 믿을 수 없네. 나는 자네를 흔히 있는 묘지 도둑이라고 생각하는데... "
그는 내 팔을 잡았다.
"잘 알겠네. 경찰서에 가서 지금 얘기를 다시 해주게."
경찰본부에 가서 한참 동안 기다린 후에 윌슨 경감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정신과 의사에게 진찰을 의뢰하겠지만 우선 내가 몇 가지 묻겠네. 자네는 시체 애호증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나?"
"네, 하지만 나는 시체 애호증은 아닙니다. 나에게 시체는 시체일 뿐 그 이상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마서의 혼입니다. 영혼입니다. 천국으로 불려간 영혼입니다."
"그러나 자네의 시는 관 속에 있다는 말인가?"
"유감이지만 그렇습니다."
"몇 살인가?"
"서른한 살입니다."
"자네가 파던 묘의 임자, 칼슨 마서는 마흔여섯 살이네."
"나이는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숭배하는 것은 나이를 먹지 않는 그녀 내면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는 또 보고서를 봤다.
"그녀는 기계공의 부인으로 약 2주간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다 죽었네. 신장병이었지. 그녀에게는 남편이 있었어."
"그녀의 존재는 남편 한 사람의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는 영원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녀의 가족과 만난 적이 있나?"
"나의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마서 이외는... "
나는 그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만난 것은 마음속에서 뿐이었습니다."
"자네는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가나?"
"먹고 살만한 것은 있습니다."
"단지 시를 쓰고 있을 뿐이군. 출판된 책은 있나?"
"아직 없습니다. 편집자가 보는 눈이 없는 거죠. 내 시가 세상에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비출판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돈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건 아니겠지?"
"전혀 없습니다."
경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유명해지고 싶은 거지?"
"그렇습니다. 신인작가가 팬을 얻는 것은 아주 어려워요."
그는 웃었다.
"그래서 선전만 하면 유명하게 된다 그건가? 나쁜 평판이라도 상관하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자네 계획은 이미 알고 있네. 묘를 파는 도중에 잡히기를 바라고 잡힐 때까지 묘지에 있었을 거야. 그리고 흔히 하는 수법으로 신문기자를 불러 모아 얘기할 각본도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손바닥으로 땀을 닦았다.
"자네가 유명한 시인도 아니고, 일부러 묘를 판 것도 알고 있어."
"네, 무슨 말씀입니까?"
그는 책상에서 종이를 들었다.
"자네의 서툰 얘기를 듣고 생각나는 게 있어서 백과사전을 찾아봤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라는 이름을 알고 있나?"
나는 기침을 했다.
"아뇨."
"로세티는 19세기 영국의 시인이며 화가였네. 1862년 그의 처가 죽자 그는 몇 편의 시를 관에 넣어 묻었네. 몇 년 후 생각이 나서 묘를 파냈지. 그의 시는 1870년 로세티 시집으로 출판되었어. 자네가 하려고 한 짓은 이것이지? 로세티의 흉내를 내려고 했지? 묘지를 파헤친 죄로 자네 이름을 경찰에 기록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자네 생각대로 되는 거지. 개인 선전을 위한 연극을 경찰이 도와줄 순 없어."
"경감님, 난 사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내 시집을 당신에게 바칠 수 있다면... "
그의 얼굴에 핏기가 올랐다.
"나가! 다시 묘지 주위를 서성거리면 정신병원으로 보낼 거야."
내가 보스인 닉 힐리에게 모든 얘기를 하자 그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는 머리가 좋은 놈이 좋다. 책을 읽으면 때로는 도움이 되지."
보스는 금고에 가서 1만 달러를 꺼내어 내게 건네줬다.
"2년 정도 정신병원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전기의자보다는 낫지."
보스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좋아, 약속대로 승격시켜 주지. 웨스트코스트에 가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담당해 주게. 현재 담당자인 로페스는 심장이 아주 나쁘네."
보스는 내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었다.
"조직을 위해 일해 주게. 묘한 생각을 하거나 자네 멋대로 일을 처리하면 안 돼. 그런 짓을 하면 자네가 찰리 리슨을 없앴듯이 누군가가 자네를 없앨 거야."
찰리 리슨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조직을 배반한 친구였다. 그 정보를 들은 보스는 나에게 그를 없애라고 명령했다. 바로 어제 아침 나는 그를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했다.
"찰리 리슨을 잊지 말게. 그도 한때는 조직을 위해서 많은 일을 했었지. 그러나 결국 돈의 유혹에 넘어갔어. 자네도 잘못하면 그와 같은 꼴이 될 걸세."
보스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나는 빙긋 웃었다.
"그때는 본인의 묘를 파야겠죠?"
내 말에 보스는 크게 웃었다.
"자네는 영리하니까 잘할 거야. 묘지 건은 아주 멋지게 처리했어. 물론 운도 따랐지만 말야."
윌슨 경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진실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그 경감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 되고 말았다. 나도 보스처럼 큰소리로 웃고 싶었다. 경감을 위해서. 그리고 시를 위해서.
나는 묘지에서 경관에게 잡혔지만 임기웅변으로 위기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서라는 이름은 묘비를 보고 안 것이다. 물론 시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다. 나는 그때 찰리 리슨을 파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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