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에서 본 가자지구는… 절규 가득한 대지
[위성으로 본 가자지구-하] '장갑차 낙서'로 팔레스타인 조롱한 이스라엘군

그림은 지난 7월 8일 기준으로, 2년 전과 비교한 가자지구의 건물 피해 현황을 보여준다. 짙은 붉은색은 극심한 파괴 지역, 분홍색은 중간 수준의 파괴 지역, 노란색은 잠재적 피해 지역을 나타낸다. UN위성센터(UNOSAT)가 고해상도 위성자료를 분석해 지난 8월 예비 발표한 결과를 바탕으로 <프레시안>이 재구성했다.
UN위성센터는 가자지구 총 건물의 78% 정도가 파괴됐다고 추정했다.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다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공습이 가장 오래 지속된 가자주는 건물 피해 규모가 83%에 달한다. 다섯 개 행정구역 중 가장 크다. 이스라엘의 폭격과 철거 작업은 이달까지도 대대적으로 이뤄졌기에, 피해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은 유럽항공청(ESA)의 센티넬-2 위성자료와 구글어스, UN위성센터 등의 자료를 종합해 지난 2년간 가자지구 토지 피복의 변화를 살펴봤다.
가자 북부

이스라엘과 맞닿은 북쪽 국경 인근 농경지 변화. 2022년 5월 2일 위성사진(위)과 2024년 12월 1일 사진. ⓒ구글어스
① 농경지
가자지구 최북단의 농경지는 풀 한포기 나지 않은 황무지로 바뀌었다. 북가자주 도시 베이트 하눈(Beit Hanoun)의 북쪽 농지다. 이 지역은 북쪽 국경으로 가장 먼저 이스라엘군이 진입하면서 침공 직후부터 대부분의 토지가 황폐화됐다.
이곳은 현재 이스라엘군이 중장비로 땅을 다진 흔적으로 가득하다. 과거 작물이 자라던 밭의 모습은 사라졌고 장갑차, 탱크, 굴착기 등의 바퀴 자국이 무성하게 남아 있다. 이 농지 한복판엔 가로, 세로 60여 미터(m) 길이로 흙 둑을 쌓아 올린 구조물도 눈에 띈다. 이스라엘군의 임시 주둔지로 보인다.

가자주 가자시 남부 한 해변의 변화. 2023년 8월 10일(위)과 2024년 12월 1일 사진. ⓒ구글어스
② 해변
이스라엘군이 구축한 구조물은 가자주 가자시 남부의 한 해변에서도 발견됐다. 이곳 해변 마을도 토지 대부분이 파괴됐다. 가옥은 모두 철거됐고, 녹지는 황무지로 바뀌었다. 전차, 장갑차, 중장비 등의 진입 흔적이 바닥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군은 바다에 맞붙은 8000여 평 너비의 일부 구역 전체를 불도저로 밀어 평평히 다진 후 주둔지를 세웠다. 2024년 12월 1일, 둔덕과 트럭, 막사, 중장비 등이 모여 있는 모습이 위성에 찍혔다. 해변엔 임시 항구로 보이는 직선 형태의 둑이 바다 쪽을 향해 나 있다. 침공 전엔 없던 구조물이다.

베이트 하눈 소재의 북쪽 국경과 가까운 농지에 다윗의 별과 7979란 글자가 그려져있다. 2023년 8월 10일(위)과 2023년 11월 24일 사진. ⓒ구글어스

가자주 엘아즈하르(al-Azhar) 대학에서 300m 떨어진 한 공터.

2023년 7월 15일(왼쪽)과 2024년 4월 3일 사진. ⓒ구글어스
③ 시온주의 문양
가자 북부엔 이스라엘군 장갑차가 그린 다윗의 별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삼각형 두개를 반대 방향으로 포개어놓은 듯한 꼭지점 여섯개 모양의 별이다. 유대인과 유대교를 상징하는 표식이나, 시온주의(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하려는 민족주의 운동) 상징으로 더 널리 쓰인다.
구글어스로 쉽게 확인되는 지역은 최소 두 곳이다. 가자주 엘아즈하르 대학 옆 공터와 북가자주 도시 베이트 하눈에 있는 농지다. 모두 침공 직후인 2023년 11월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그렸다. 당시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엘아즈하르 옆 공터의 다윗의 별 사진을 X 계정에 게시하며 '전사한 이스라엘 군인을 기리는 의식을 위해 장갑차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베이트 하눈 인근 농지에 그려진 다윗의 별 아래엔 '7979'로 보이는 숫자도 그려져 있다. 반시온주의 유대인들이 모인 단체 '유대인 평화의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는 이를 SNS에 게시하며 "이스라엘군의 네차 예후다(Netzah Yehuda) 대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대는 최소 2015년부터 수많은 인권침해에 연루됐고, 비무장 팔레스타인인 살해 사건을 비롯해 점령지인 서안지구에서 그 잔혹함으로 악명이 높다"고 밝혔다.

북가자주 도시 자발리아(Jabalia). 2023년 7월 15일(위)과 2024년 12월 1일 사진. ⓒ구글어스
④ 인구밀집 지역
자발리아 난민촌은 이전 모습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잔해만 남았다. 자발리아는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 당시 학살, 강제이주 등을 자행해 쫓겨난 팔레스타인들이 만든 난민촌이다. 가자지구에서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이스라엘군은 자발리아가 하마스와 기타 무장 단체의 거점이라 주장하며, 지난 2년간 대규모 공습을 반복적으로 벌여 왔다.
지난해 5월 30일 알자지라는 '침공 후 잔해로 변한 자발리아'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라엘군이 알팔루자(al-Faluja) 지역의 임시 묘지를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시체를 흩뿌린 후, 거리에는 부패한 시신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 영상에 기록됐다"면서 "엄청난 파괴다. 파괴 규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어떤 말로도 피해 규모를 설명할 수 없다. 지역 전체가 마치 유령 도시처럼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게다가 식량과 물도 없다"는 자발리아 주민의 절규를 전했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는 지난 7월 6일 "대부분의 (건물) 파괴는 불도저 등에 의한 걸로 보인다"며 "이스라엘군은 최근 몇 달 동안 민간 건설업체를 이용해 가자 남부를 급속히 파괴했고, (업체는) 파괴된 건물 한 채 당 수천 셰켈의 이익을 챙겼다"고 보도했다. 굴삭기 운전자가 3층 건물을 철거하면 2500셰켈(105여만 원)을 버는 식이다. 하레츠는 "수백 대의 불도저, 굴삭기, 그리고 이스라엘제 '캐터필러 D9 장갑 불도저'가 가자지구를 앞으로 수년 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건물 피해 분포도. 왼쪽부터 2023년 11월 26일, 2024년 9월 3일, 2025년 7월 8일의 그래프다. 붉은 색은 거의 파괴된 건물, 분홍색은 중간 정도 파괴된 건물, 노란색은 그 이하 혹은 잠재적 피해 건물이다. UN위성센터 자료를 재구성했다. ⓒ프레시안(손가영)
가자 남부

남부 칸유니스주 알마와시의 한 해변 마을의 변화. 2022년 5월 2일(위)과 2024년 6월 3일 사진. ⓒ구글어스

라파 난민촌 인근 한 공터의 변화. 2022년 5월 2일(위)과 2024년 6월 3일 사진. ⓒ구글어스
⑤ 난민촌이 된 마을
가자 남부 칸유니스주 알마와시(Al Mawasi)의 한 해변 마을은 전쟁 후 난민촌이 됐다. 이 마을을 보면 백사장부터 마을 내 초지, 나지, 농지까지 가릴 것 없이 모든 공터에 난민 텐트가 빼곡히 들어섰다.
라파주도 마찬가지다. 라파주는 가자지구 최남단 행정구역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두 번째로 큰 난민촌인 라파 난민촌이 있다. 2024년 6월, 라파 난민촌 인근의 한 공터는 가자지구 다른 지역에서 피난을 온 난민 텐트로 가득 찼다. 전쟁 전인 2022년 5월 2일 위성사진엔 나지와 농지밖에 보이지 않던 곳이다.
이달 OCHA(UN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에 따르면, 대부분의 피난민이 임시 텐트나 심하게 훼손된 건물 등 기본 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피소나 야외에 거주하고 있으며, 파도나 강풍에 취약한 해변이나 홍수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머물고 있다. 또, 전체 가구의 절반만 개인 위생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57%는 10m 내에 하수와 배설물이 있는 거주지에 살고 있다고 분석됐다.

라파주의 한 UN 기구 구호물품 창고 단지. 2022년 5월 2일(왼쪽 위), 2023년 10월 30일(오른쪽 위), 2023년 11월 24일(왼쪽 아래), 2024년 6월 3일 사진. ⓒ구글어스
⑥ UN 창고
라파주에 있는 UN 관련 구호물품 창고 단지는 크게 두 번 변했다. 침공 직후인 2023년 10월 30일, 창고 단지는 구호물품을 나르는 것으로 보이는 트럭과 텐트, 천막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설치되고 있었다. 한 달 후인 11월 24일엔 트럭 한 대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지붕을 가진 구조물이 단지 내부에 가득 들어찼다. 피난민과 구호 활동가들의 공간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3년 12월부터 가자지구 남부까지도 폭격이 강화되면서, 라파주와 칸유니스주 주요 도심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이 건물도 폭격 피해를 입었다. 2024년 6월 3일자 위성사진을 보면 단지 내·외부에 즐비하게 깔려 있던 모든 지붕과 차량이 모두 사라졌다. 창고 지붕도 모두 철거돼 앙상한 철근만 하늘로 드러나 있다. 일부 건물은 폭격을 직접 맞은 듯 철근이 심하게 구부러진 채 파괴돼있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주 중심지의 변화. 2023년 8월 10일(위)과 2024년 6월 3일 사진. ⓒ구글어스
⑦ 도시 중심지
남부 칸유니스주도 최근까지 집중 공습을 당해 대규모 피해가 양산됐다. 칸유니스 시청에서 1km 가량 떨어진 위 지역의 위성 사진은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심을 보여준다. 2023년 8월 건물이 빼곡했던 풍경은 2024년 6월 대다수 건물이 파괴돼 잔해로 부서져 회색빛으로 변했다. 건물 밀도도 크게 변했다.

칸유니스주의 나세르 병원 단지. 2022년 5월 2일(위)과 2024년 6월 3일 사진. ⓒ구글어스
⑧ 병원
사진은 칸유니스주 나세르 병원 단지가 파괴된 모습이다. 2024년 6월 시점, 단지 내 건물 중 일부가 폭격으로 이미 붕괴됐다. 병원 건물의 지붕이 파손되거나 내려 앉고, 지붕 위 태양광 발전소가 사라진 변화도 확인된다. 이스라엘군은 병원도 하마스 등 무장 정파의 거점이라고 주장하며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가자지구의 의료 붕괴 위기는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36개 병원 중 13개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운영 중인 병원도 의약품, 의료설비, 병상 등 심각한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북부를 떠난 피난민이 이동한 남부는 특히 환자와 부상자가 더 몰려, OCHA는 남부 병원의 의료진이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겪고 있다"며 "신생아 세 명이 한 인큐베이터에서 지내고 있다"고 이달 보고서에서 실태를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암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유일한 병원인 북부의 터키-팔레스타인 우호 병원은 2023년 11월 폐쇄됐다. 남부의 암 환자 주요 진료센터인 유럽 가자 병원도 2024년 5월 폐쇄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 지구에는 1만 1000명이 넘는 암 환자가 있다. WHO는 지난 1월 이후 암 진료를 위해 가자지구 밖으로 대피한 암 환자는 남성 215명, 여성 207명, 어린이 142명 등 총 564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달 초엔 70%가 넘는 암 치료제의 재고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가영 기자(bad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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